초보자를 위한 퀀트투자 시작하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주식 앱을 켜놓고 “이 종목 느낌이 좋은데?”라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비슷했어요. 차트를 보고, 뉴스 제목을 보고, 왠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런 방식은 컨디션이나 분위기에 꽤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게 퀀트투자였습니다.
퀀트투자는 어렵게 들리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감으로 고르기보다 숫자와 규칙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PER이 낮고, 부채비율이 100% 이하이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산다”처럼 조건을 정해두는 거죠. 이 조건을 매번 똑같이 적용하면 내 기분이 투자 판단에 끼어드는 비중을 줄일 수 있습니다.
퀀트투자는 감을 줄이는 투자 방식입니다
퀀트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측력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규칙입니다. “앞으로 오를 주식 하나를 맞힌다”보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종목 묶음을 꾸준히 사고 관리한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통 한두 종목에 몰아넣기보다는 10개, 20개, 많게는 30개 이상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치 지표를 쓰는 사람은 PER, PBR, 배당수익률을 봅니다. 성장 지표를 쓰는 사람은 매출 증가율이나 영업이익 증가율을 봅니다. 추세를 보는 사람은 최근 3개월, 6개월, 12개월 수익률을 확인합니다. 같은 퀀트투자라도 어떤 숫자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성격이 꽤 달라집니다.
사실 여기서 처음부터 어려운 공식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만으로도 기본적인 조건 필터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적자 기업 제외, 부채비율 200% 이하처럼 간단한 기준부터 잡아도 이미 감정 매매와는 꽤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규칙을 너무 많이 만들지 않는 게 낫습니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는 조건을 계속 덧붙이는 겁니다. PER도 낮아야 하고, 매출도 늘어야 하고, 주가도 강해야 하고, 배당도 좋아야 하고, 변동성도 낮아야 한다는 식입니다. 조건이 많아질수록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데이터에만 딱 맞춘 규칙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3~5개 정도의 조건이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시가총액이 너무 작은 기업은 제외한다
- 최근 4개 분기 기준 적자 기업은 제외한다
- PER 또는 PBR이 시장 평균보다 낮은 기업을 고른다
-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은 기업은 제외한다
- 한 종목 비중은 전체 자산의 5~10%를 넘기지 않는다
이 정도만 해도 투자 판단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중요한 건 조건 자체보다 그 조건을 왜 쓰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설명하지 못하는 지표는 나중에 손실이 났을 때 버티기도 어렵고, 개선하기도 어렵습니다.
백테스트는 만능이 아니지만 꼭 필요합니다
퀀트투자 이야기를 하면 백테스트가 자주 나옵니다. 백테스트는 내가 만든 규칙을 과거 데이터에 적용했을 때 어떤 성과가 나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한 번씩 조건에 맞는 종목을 골랐다면 수익률이 어땠는지 보는 겁니다.
여기서 숫자는 꽤 현실적으로 봐야 합니다. 연평균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고 바로 좋은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최대 낙폭도 같이 봐야 합니다. 어떤 전략이 과거에 연평균 15% 수익을 냈더라도 중간에 -45%까지 빠진 적이 있다면, 실제 투자자는 그 구간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거래비용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매월 종목을 바꾸는 전략은 세금, 수수료, 호가 차이 때문에 실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소형주는 백테스트에서는 잘 사고판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원하는 가격에 체결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리밸런싱 주기를 월 1회보다 분기 1회나 반기 1회로 잡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실전에서는 작은 금액으로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백테스트 결과가 마음에 들어도 바로 큰돈을 넣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퀀트투자를 처음 시작한다면 전체 투자금의 10~20% 정도만 떼어내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관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해보면 백테스트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종목 교체일에 일이 바빠 매매를 못 할 수도 있고, 손실 구간에서 규칙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종목은 거래량이 적어서 매수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죠. 이런 경험까지 포함해야 내 생활에 맞는 전략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자동화 서비스나 로보어드바이저를 쓸 때 비용 구조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SEC 투자자 자료에서도 자동화 투자 서비스는 투자 접근 방식, 수수료, 위험 허용도 반영 방식, 사람과 상담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월 5달러 같은 구독료도 계좌 규모가 작으면 연 비용률로는 꽤 커질 수 있습니다.
퀀트투자 규칙을 관리하는 간단한 방법
처음부터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시작 단계에서는 종이에 적어도 될 만큼 단순한 운영표가 좋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종목을 고르는지, 언제 교체하는지, 한 종목당 얼마까지 살지, 손실이 났을 때 규칙을 바꿀지 말지를 미리 적어두는 겁니다.
예를 들면 “매 분기 첫 거래일에 조건을 다시 계산한다”, “상위 20개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산다”, “중간에 뉴스가 나와도 리밸런싱 전에는 팔지 않는다”처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두면 시장이 흔들릴 때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덜 헷갈립니다.
솔직히 퀀트투자가 마음 편한 투자법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숫자로 투자해도 손실은 납니다. 좋은 전략도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시장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점은 분명합니다. 왜 샀는지, 언제 바꿀지, 무엇을 고칠지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 이 정도만 해도 감정에 휘둘리는 횟수는 꽤 줄어듭니다.
퀀트투자는 대단한 수학 실력을 가진 사람만 하는 투자라기보다, 자기 기준을 숫자로 적고 반복하려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조건으로 시작해서 실제 매매 기록을 쌓아가는 편이 오래 갑니다. 시장을 맞히겠다는 마음보다 내 행동을 일정하게 만들겠다는 태도가 더 오래 남는다고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