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고르는 방법, 초보자가 숫자와 사업을 함께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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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고르는 방법, 초보자가 숫자와 사업을 함께 보는 법

얼마 전 지인이 주식 이야기를 하다가 “싸 보이는 주식이면 다 가치주 아니야?”라고 묻더라고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을 보면 괜히 기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몇 번 지나고 보니 단순히 가격이 낮은 것과 가치가 좋은 것은 꽤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가치주는 쉽게 말해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 보유한 자산, 배당, 시장 지위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된 종목을 말합니다. 주가가 1만 원이라고 싸고, 50만 원이라고 비싼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실제로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는지와 비교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치주 투자는 숫자만 보는 게임도 아니고, 느낌만 믿는 투자도 아닙니다.

가치주는 싸게 보이는 주식이 아니라 덜 평가된 주식

가치주를 볼 때 가장 먼저 헷갈리는 지점이 ‘저가주’와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주가가 5,000원이고 B회사의 주가가 100,000원이라고 해도 A가 더 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A회사가 매년 적자를 내고 있고 빚도 많다면 5,000원도 비쌀 수 있습니다. 반대로 B회사가 꾸준히 이익을 내고 현금도 넉넉하다면 100,000원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치주를 볼 때는 주가 자체보다 기업가치 대비 가격을 봐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PER, PBR, 배당수익률 같은 지표를 많이 씁니다. PER은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 보는 숫자이고, PBR은 회사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 보는 지표입니다. 배당수익률은 현재 주가 대비 배당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다만 숫자가 낮다고 바로 좋은 건 아닙니다. PER이 낮은 이유가 실적 악화 때문일 수도 있고, PBR이 낮은 이유가 보유 자산의 질이 나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괜히 싸게 보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왜 싸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초보자가 먼저 보는 4가지 숫자

가치주를 처음 고를 때 모든 재무제표를 완벽하게 읽으려고 하면 금방 지칩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숫자를 반복해서 보는 편이 낫습니다.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매출 구조, 비용 구조, 현금흐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 PER: 같은 업종 평균보다 지나치게 낮은지 확인합니다. 단, 일시적 이익 증가로 낮아진 PER은 조심해야 합니다.
  • PBR: 1배 이하라고 무조건 저평가로 보지 말고, 자산이 실제로 돈을 벌어주는지 같이 봅니다.
  • 부채비율: 업종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이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지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 영업이익률: 매출이 늘어도 이익률이 계속 떨어진다면 경쟁이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PER이 6배이고 업종 평균이 12배라면 언뜻 싸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서 700억 원, 400억 원으로 줄었다면 시장은 앞으로 이익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이 안정적이고 부채도 낮은데 단기 악재로 PER이 낮아졌다면 천천히 들여다볼 만한 후보가 됩니다.

사업이 버틸 수 있는지 보는 방법

숫자는 출발점이고, 결국 중요한 건 그 회사가 앞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느냐입니다. 가치주 투자는 보통 시간이 걸립니다. 주가가 바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시장의 관심이 늦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사업인지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라지기 어려운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통신, 전력, 보험, 은행, 식품, 필수 소비재 같은 업종은 성장 속도가 화려하진 않아도 수요가 비교적 꾸준한 편입니다. 물론 업종이 안정적이라고 모든 회사가 좋은 건 아닙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비용 관리, 브랜드 힘, 시장점유율, 규제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납니다.

실제 사례로 보면, 경기 침체기에 사람들은 고가 제품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전기요금, 통신요금, 기본 식료품 지출을 완전히 없애긴 어렵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아도 현금흐름이 꾸준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치주 투자자가 이런 업종을 자주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당만 보고 사면 놓치기 쉬운 것

가치주를 이야기할 때 배당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배당수익률이 5%라면 은행 예금과 비교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당은 회사가 이익을 내고 현금을 보유해야 지속됩니다. 올해 배당이 높았다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주가가 크게 떨어져서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경우를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20,000원일 때 배당금이 1,000원이면 배당수익률은 5%입니다. 그런데 실적 악화로 주가가 10,000원까지 떨어지면 같은 배당금 기준으로 수익률은 10%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배당을 500원으로 줄이면 실제 기대와 달라집니다.

그래서 배당주를 가치주 후보로 볼 때는 배당성향과 잉여현금흐름도 같이 보는 편이 좋습니다.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으면 회사가 버는 돈 대부분을 배당으로 쓰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좋아 보여도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장기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가치주 투자할 때 피하고 싶은 함정

가치주 투자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문제 있는 회사를 오래 들고 가는 겁니다. 주가가 낮은 데는 이유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산업 자체가 줄어들고 있거나, 회사의 경쟁력이 약해졌거나, 경영진의 자본 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치주 후보를 볼 때 세 가지를 꼭 따져봅니다. 첫째, 이익이 반복적으로 나는 회사인지. 둘째, 빚 때문에 이익이 이자로 새고 있지는 않은지. 셋째, 시장이 싫어하는 이유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두 개 이상이 불안하면 가격이 싸 보여도 한 번 더 멈춰서 봅니다.

또 하나는 분산입니다. 가치주는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한 종목에 너무 크게 실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아무리 계산이 맞아 보여도 시장은 생각보다 오래 무관심할 수 있습니다. 3개월 안에 오를 거라고 기대하고 샀는데 2년 동안 지지부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 기간과 비중을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잡는 게 중요합니다.

가치주는 화려한 이야기를 좇기보다 차분하게 숫자와 사업을 맞춰보는 투자에 가깝습니다. 싸 보이는 가격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가격표 뒤에 있는 회사가 계속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죠. 빠른 수익을 약속하진 않지만,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우기에는 꽤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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