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호 하루키 신작을 처음 읽는다면 이렇게

서점 신간 코너에서 『가호』를 보고 잠깐 멈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이라는 말도 눈에 들어왔지만, 책 제목이 사람 이름이라는 점이 더 궁금했다. 하루키 소설은 유명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가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다. 『가호』가 첫 하루키 소설이어도 괜찮을까? 책을 고르기 전에 이야기의 출발점과 읽는 방식을 알아두면 판단이 한결 쉬워진다.
가호가 어떤 이야기인지 먼저 잡기
『가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에서 2026년 10월 21일 한국어판을 냈고, 홍은주가 옮겼다. 한국어판은 376쪽이다. 주인공 가호는 26세 그림책 작가다. 도쿄 외곽의 마을로 이사한 뒤, 평범한 생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존재들과 얽히며 가족에게 닥친 위기와 마주한다.
출판사 소개에 나오는 개미핥기, 재규어, 흰개미 여왕이라는 이름만 보면 동화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림책을 만드는 주인공에게 이런 존재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을 떠올리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가호가 평소 이야기로 만들어왔을 법한 세계가 자기 삶으로 들어온 셈이다. 시작할 때는 낯선 존재들의 의미를 하나씩 맞히려 애쓰기보다, 가호가 그들을 만나면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따라가는 편이 편안하다.
책 소개에는 가족의 위기가 등장하지만, 그 과정과 끝을 미리 알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이사 후 벌어지는 기묘한 일’이라는 출발점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처음 몇 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과 낯선 세계가 맞닿는 순간 자체가 이 소설의 중요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루키를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하루키의 이름은 익숙해도 300쪽이 넘는 소설은 선뜻 집기 어려울 수 있다. 『가호』는 주인공의 나이와 직업, 이사라는 생활의 변화가 분명하게 제시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겪기 시작했는가’만 붙잡아도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다. 낯선 장면이 나올 때마다 숨은 뜻을 찾아야 읽을 자격이 생기는 책은 아니다.
읽는 동안 세 가지 정도를 가볍게 기억하면 좋다.
- 가호가 새로운 마을에 오기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 기묘한 존재를 만났을 때 가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 가족의 문제 앞에서 가호가 스스로 내리는 선택이 무엇인지
가령 말하는 동물이 나타나는 장면을 만났다면 ‘이 동물은 정확히 무엇을 상징하지?’라는 생각에 오래 멈추지 않아도 된다. 먼저 가호가 그 말을 믿는지, 피하는지, 받아들이는지를 보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쉽다. 읽고 난 뒤 마음에 남은 장면을 다시 펼치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말도 새롭게 들릴 수 있다.
기존 작품과 비교할 때 볼 점
하루키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가호』의 익숙한 분위기부터 찾을지도 모른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처럼 현실에서 조금 벗어난 장소와 사건이 등장한다는 점은 비교해볼 만하다. 다만 두 책의 줄거리를 이어서 알아야 『가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호』는 새로운 인물의 이사와 그 뒤에 닥친 일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호 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읽어보면 좋겠다. 기묘한 사건이 아무리 눈길을 끌어도, 가호는 가족의 위기 앞에서 자기 몫의 결정을 해야 한다. 낯선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과 가호가 실제로 행동하는 순간을 나란히 떠올리면 이야기의 흐름이 또렷해진다. 같은 장면도 사건 자체에 눈길이 가는 독자와 가호의 마음에 눈길이 가는 독자에게 다르게 남을 수 있다.
하루키가 출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로 소개했다는 점도 읽을 실마리가 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사건을 그 말에 맞춰 해석할 필요는 없다. 책을 덮은 다음, 가호에게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작가의 설명보다 내가 읽으며 발견한 변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도 있다.
책을 고를 때 확인하면 좋은 것
서점에서 『가호』를 찾을 때는 제목만 보지 말고 저자와 출판사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어판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출간으로 표시돼 있다. 종이책을 살 계획이라면 376쪽이라는 분량도 참고할 만하다. 짧은 단편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길고, 긴 장편을 원했다면 며칠에 나눠 읽기 좋은 분량이다.
온라인 서점의 독자 평가는 책 선택에 도움이 되지만, 출간 직후에는 평가 수가 적고 읽는 취향도 제각각이다. 누군가 ‘쉽다’고 썼다는 이유만으로 내게도 쉽게 읽히리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줄거리 소개를 먼저 읽고, 현실과 비현실이 섞인 이야기를 지금 읽고 싶은지 판단하는 쪽이 더 낫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첫 몇 쪽을 펼쳐 문장의 호흡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가호』가 궁금하다면 화제성보다 주인공에게 마음이 가는지부터 보면 좋겠다. 낯선 마을에서 뜻밖의 일들을 만난 사람이 결국 자기 삶의 방향을 고르는 이야기라면, 그 선택을 지켜보는 시간 자체가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 같다.
